
과천경마장에 추운 겨울은 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돈다. 경칩이 지난 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앙상하던 나무들이 가지마다 봉우리를 틔우며 꽃을 준비한다. 요즘에는 이를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불면 한겨울에 맛보지 못했던 추위가 스며든다. 알 바 없이 경마창출자들은 새벽부터 경주마 훈련에 땀을 흘린다. 더더구나 봄이 오는 3월부터 가을까지 펼쳐지는 50개의 대상, 특별경주에 출전마들의 훈련은 과천 주로의 새벽을 후끈하게 만든다. 어느 때보다 기수들의 눈빛은 매섭게 빛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펼쳐진 ‘세계일보배’를 필두로 지난 3월 1일 치러진 ‘부산일보배’까지 네 개의 대상경주가 경주로를 달구며 막을 내렸다, 이어서 3월 15일 일요일 장거리 경주마들의 자존심이 걸린 제24회 헤럴드경제배가 마침내 화려한 막을 올린다. 스테이어 시리즈의 대장정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이자, 올 한 해 대한민국 장거리 판도를 좌우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이번 경주는 그 무게감이 있다. 2000m 거리는 짧지 않다. 단순히 빠른 스피드만으로는 우승의 영광을 거머쥘 수 없다. 경주마의 지구력은 물론, 초반 자리싸움에서 기수가 보여주는 냉철한 판단력과 마지막 4코너를 돌아 나오며 결승선까지 이어지는 투혼이 결집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경마는 기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살아있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짓는 한 편의 드라마다. 특히 대상, 특별경주는 일반경주와는 달리 감동과 서사가 더 깊다. 재24회 헤럴드경제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압도적인 역량을 보였던 명마들의 출전과 새롭게 도전하는 신예들의 패기가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등급 무대에서 이미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베테랑 경주마들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안정적인 전개를 펼칠 것이 분명하고, 상승세가 가파른 신예들은 특유의 폭발적인 패기로 경주 흐름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특히 경주로 상태와 게이트 번호에 따른 유불리가 상당히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기승 기수의 작전 여부에 따라 우승의 향방이 중요하게 작용하겠다. 승부의 세계에서 방심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2000m는 긴 호흡의 경주에서는 초중반 페이스 조절이 승패의 8할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치게 서두르면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발이 묶이고, 너무 움츠리면 앞선 선행마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제24회 헤럴드경제배에 나서는 기수들은 각자의 경주마가 가진 최상의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쳤을 것이다. 누가 3코너 이후 강한 무빙을 시작해 결승선 직선주로를 장악할 것인가, 과연 막판 결승선 직전에서 채찍질에 어느 경주마가 응답할 것인가 짜릿하게 전해 줄 경주의 백미가 될 것이다. 한국 경마의 새로운 면모는 우수한 경주마를 매월 출전시켜 온 그간 혹사의 관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경주마가 매월 순위와는 관계없이 출전하면 출전 수당을 받아 위탁 관리비를 충당하므로 마주의 주머니를 보호해 왔던 것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제는 우수한 경주마가 충분한 휴식을 하며 텀을 두고 출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이어간다. 이제라도 그것을 깨달은 것은 한걸음 성장한 모양새다. 그로 인해 경마 소비자인 팬들은 보다질 좋은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 바로 일석 삼조의 계기가 되며 윈윈의 경마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번 대회 출전마는 최근 한국 경마를 이끌어 온 명마들의 장거리 격돌이다. 부산경마장의 7마리와 서울경마장의 5마리 총 12마리가 출전한다. 가운데 푹 쉬고 나온 경주마가 몇 마리 있다. 예전에는 휴양마의 첫 출전은 경계해야 했었다. 최근 들어서는 외부 휴양에 들어간 경주마가 관례가 많이 깨지면서 공백기를 극복하고 더 좋아진 모습으로 출전하는 양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주 치러진 ‘부산일보배’에서 4빈체로카발로(조재로)가 우승을 거둔 것이 사례다. 경주마의 휴양 곧 병 치료만이 아니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휴양에서 돌아온 경주마들의 선전이 빈번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고 한국 경마의 발전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전 앞 장에 나설 6클린원(미 수 4세 9전/5/1 서승운)은 지난해 그랑프리를 제압했던 기대주, 그랑프리 우승 이후 첫 출전이지만 푹 쉬고 나왔다. 능력 재검에서 여유를 보였다. 다실바에서 서승운으로 기수가 교체되었으나 두 기수 의 기승술을 저울질 할 수 없이 대등하다면 거리 300m내린 2000m라면 단독 선행을 받는데 적수가 없으니 경주를 끝까지 주도할 수 있겠다. 함께 그랑프리에 출격해 준우승을 거머쥐었던 2강풍마(한 수 6세 25전/10/6 조재로)도 12월 28일 일반 경주 2000m 거리에 도전 멋진 역습으로 우승을 거두고 푹 쉬고 출전했으니 두 마리가 다시 한 번 그랑프리에서 보여줬던 우승 격돌을 재연하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이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질 적수로는 준족 7석세스백파(한 수 5 20전/7/1 진겸)와 약한 적수들 사이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 온 12벌교마술사(한 수 4 12전/6/2 이효식)를 주목할 수 있겠다. 인기를 끌어 줄 10스피드영(한 수 6 29전/8/5 조인권)은 3주전 단거리에서 무리한 우승을 거둔 터라 큰 기대보다는 복병감으로는 손색이 없는 잠재력을 갖췄다. 올해 들어 첫 장거리 대상경주에서 멋진 순발력을 보여 줄 6클린원과 멋진 역습을 시도할 2강풍마의 창과 방패의 경주가 볼만하겠다. |